도서산간

[도서산간] "HEAT"을 읽으며

리덕토 2025. 5. 12. 17:55

  • 도서 분류 : 에세이
  • 작가 : 문지훈(Swings)
  • 쪽수 : 232쪽
  • 가격 : 15,000원
  • 출판사 : 필름
  • 출판일 : 2020년 11월 25일
  • 독서일 : 2025년 5월 4일

 

필자가 느낀 점

 

나는 힙합을 즐겨 듣는다. 이렇게 시작하니 조금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아한다. 지금도 이동할 때는 버벌진트나 블라세 같은 래퍼들의 노래를 듣고, 힙합엘이(HIPHOPLE) 채널은 구독한 지 벌써 8년이 넘었다.

 

이 힙합이라는 장르와 문화에는 소위 '키 플레이어(Key Player)'라고 불리는 핵심 인물들이 몇 명 있는데(사실 '메이저(Major)'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그중 한 명이 바로 IMJMWDP 레이블들의 수장이었고 현재는 P NATION에 합류한 스윙스(Swings, 문지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그의 펀치라인(Punch Line)을 들으며 자랐고, 성장하며 음악과는 다른 컴퓨터 보안이라는 나의 길을 걸었지만, 힙합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아 그의 행보를 자연스럽게 주목해왔다.

과거 '컨트롤 디스전'을 거치며 '힙합계의 악동', '문제아', '돈가스' 같은 수식어가 붙기도 했고, 한때는 나조차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덧 여러 레이블의 '사장님'이자 후배와 신인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힙합 문화의 주요 인물로 우뚝 선 그가 존경스럽다는 말을 이 글을 빌려 꼭 하고 싶다. 솔직히 저렇게까지 멋진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이 책 [HEAT]는 래퍼 스윙스가 틈틈이 적어온 생각의 조각들을 모은 에세이다. 유튜브에서 그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끝없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모습이나 <쇼미더머니 8>에 참가자로 나서는 등 '기본으로 돌아가는(Back to the basic)' 자세를 몸소 실천하는 행보를 보며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사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보다 이 책의 글 속에 그의 태도가 더 깊이 녹아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는 별도의 장 구분이 없다. 아마 음악 활동과 일상을 병행하며 짧게 짧게 쓴 글들을 모아서 그런 것 같은데, 각 글 사이에 내용적 연계성이나 순서 의존성은 없어 보여서 읽는 데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책의 문체가 반말이고 어디선가 본 듯한 철학적인 짧은 문장들이 빠르게 이어져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겠다. 특히 잠재 독자가 누구일지 모르는 책을 반말로 쓴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꽤 파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덕분에 조금 긴장하며(마치 면대면으로 대화를 듣는 듯) 책을 읽게 되었고, '이 문장이 여기서 왜 나왔지?' 싶던 문장들도 곱씹어보니 의미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의 마음가짐을 통째로 따라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사는 방식이 있고, 책 제목처럼 열정(HEAT)을 태우는 방향도 다르다. 스윙스처럼 누구나 열정의 곳간이 큰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자신의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되고도 성장과 발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행보는 박수와 갈채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PNATION에 합류하여 발표한 앨범이 사람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알고 있다. 생각해보면 스윙스는 언제나 대중의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었고,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유형은 아니었다. 그 자신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며, 늘 그러한 논란 속에서도 자신을 증명해왔고 지금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의 길과 마음가짐을 응원하며,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