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도서산간] "현실 온라인 게임"을 읽으며

리덕토 2025. 5. 28. 17:30

  • 도서 분류 : 국내 단편소설
  • 작가 : 김동식
  • 쪽수 : 172쪽
  • 가격 : 19,000원
  • 출판사 : 허블
  • 출판일 : 2025년 1월 29일
  • 독서일 : 2025년 5월 19일

 

필자가 느낀 점

 

저는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 뭐랄까, 소모적인 독서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아무튼, 그런 제 소설에 대한 인식을 그냥 180도 바꾸어 버린 책이 있습니다. 바로 [회색인간]. 제가 아마 책을 탐독하듯이 읽게 된 계기가 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력한 상상력과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문체는 저를 책이라는 세상으로 인도했고, '우와,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회색인간]의 저자이신 '김동식' 작가님의 신작이라니, 어제 저녁 운동으로 단련된 이두근이 떨릴 정도의 감동을 받았습니다. 먹이를 노리는 치타의 눈빛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선점했고, 결국 빌려서 돌아오는 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총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현실 온라인 게임]: 이 책의 표제작인 만큼, 다른 두 이야기보다 주관적으로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용은 현실에서 RPG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된 주인공 '남우'의 이야기이며, 결말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했다고 보는데 (애초에 소재 자체가 결말을 짐작하게 합니다),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남우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렇게 게임이 진행된다면 중독자를 쉽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범죄에 악용되기도 쉽겠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 [이세계 과몰입 파티]: 요즘 웹툰과 소설계를 휩쓸고 있는 주제, 바로 '이세계 환생물'입니다. (아, 조금 낡은 주제인가요? 아무튼 저에게는 여전히 최신 유행인 '이세계물'입니다. 라떼는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보그나르 역사'를 창조하는 네 명의 전생자(과몰입러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에서만 살았다면 행복했을 텐데, 이 소재가 자신들의 안전한 영역(샌드박스)을 벗어나 현실 세계와 접점이 생기는 순간, 흥미로우면서도 묘한 불쾌감이 생겨났습니다. 책 말미에 '전생자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우리는 현실에 발 딛고 있다'는 느낌의 문장이 있었는데, 마음에 들었습니다.
  • [내일을 부르는 키스]: 주인공 '남우'와 '혜화'(어, 앞 이야기 주인공과 이름이 같습니다!), 두 사람은 부부인데, 신혼여행을 가다가 이상한 석상 앞에서 '키스를 하지 않으면 그날이 반복되는' 저주에 걸리고 맙니다. 두 사람은 하루 안의 미래를 무한히 반복하고 예측하면서 이를 축복이라 여겼지만, 키스를 하고 멀리 떠나버린 비행기를 탄 혜화와, 그런 상황을 함께 만들어낸 남우는 하루 안에 서로 다시 만나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집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클리셰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지만, 김동식 작가 특유의 스타일로 매우 매력적이고 흡인력 있게 풀어냅니다. 특히 감정선의 기복이 가장 큰 마지막 이야기인 [내일을 부르는 키스]는 결말의 반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할 만큼 중독성이 강했습니다.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독후감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