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도서산간] "욱하는 성질 죽이기"를 읽으며

리덕토 2025. 6. 1. 17:30

  • 작가 : 로널드 T포터-에프론 / 전승로(역)
  • 쪽수 : 208쪽
  • 가격 : 17,500원
  • 출판사 : 다연
  • 출판일 : 2025년 2월 5일
  • 독서일 : 2025년 5월 28일

 

필자가 느낀 점

 

'화(火)'라는 글자가 '불'을 의미하듯, 화는 불과 유사한 성질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커지면서 주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함께 감정이 격해지기도 하고, 화를 내고 나면 소중했던 관계나 상황이 본래 모습을 잃고 주변에는 그을음만이 남기도 합니다. 화를 내는 것이 그렇다고 마냥 안 좋기만 한 것인가 물으면,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입니다. 즉, 요리사의 불은 유용한 도구이지만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이의 불은 위험할 수 있듯이, 화라는 감정도 잘 다스리면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욱하는' 성격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지금 화를 내야겠다'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이성의 끈을 놓고 폭발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 '욱하는 성질 죽이기'는 '행복하고 싶으면 분노를 조절하라'라는 부제목처럼, 이성을 잃지 않고 화를 다스리는 방법과 화의 유형을 분류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먼저 화가 무엇인지 설명하고(1장: 분노란 무엇인가, 2장: 무엇이 분노를 만드는가), 다음으로 주요 내용인 화의 유형과 그에 따른 대응 방법을 제시합니다. 화의 유형이 이 책을 관통하며 정리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에 중점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이 책에서 나누는 화의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돌발성 분노: 이 분노는 책 제목의 핵심어인 '욱하는 성질'에 가장 부합하는 유형입니다. 갑작스럽게 타오르는 불길처럼 화가 생성되고, 이성의 끈과 기억을 놓은 채 마치 자기가 아닌 것처럼(해리성 증상을 동반하며) 화를 내는, 가장 위험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잠재적 분노: 돌발성 분노가 단기간에 화의 수치가 급상승하는 것이라면, 잠재적 분노는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듯 온도가 올라가는 화를 의미합니다.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화가 쌓이다가 결국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는 유형이 바로 잠재적 분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생존성 분노: 생존성 분노는 실제로는 위험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신체가 분노의 신호를 보내 발생하는 것입니다. 어릴 적 트라우마나 생존의 위협을 경험했던 순간이 뇌리에 박혀, 신체적인 위험을 느낀다고 착각하는 경우에 나타납니다. 실제 위험이 없음에도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최근 관심을 가졌던 공황 발작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체념성 분노: '무력감'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공허함과 함께 울부짖는 듯한 화가 바로 '체념성 분노'입니다. 체념성 분노는 다른 분노와 달리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될수록 더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수치심에서 비롯된 분노: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고, 숨기고 싶은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수치심에서 비롯된 분노는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숨기고 싶어 하는 비밀이 공개될 때 발생하는 분노를 의미합니다.
  •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 이 분노는 안정감의 상실에서 비롯됩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커지고, 그 두려움이 마음을 장악하면 편집증처럼 모든 것을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 이 '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의 결과입니다.

이렇게 분노의 유형을 세분화하여 각 유형에 대한 진단과 예방 정보를 제공하는 점이 이 책의 가장 마음에 드는 특징입니다.

예방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 책에는 6가지 분노 유형과 각 유형에 따른 진단 및 예방 방법이 장마다 기록되어 있지만, 이를 몇 가지 공통점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첫째, 화는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이해하기.
  • 둘째, 화를 낼 만큼 상황이 심각한지 생각해 보기.
  • 셋째, 화를 내고 난 후의 결과를 상상해 보기.

아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앞서 화는 불과 같은 성질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불이 산소와 가연물이 없으면 꺼지듯이, 화 또한 내가 감정과 관심을 주지 않으면 사그라드는 감정입니다. 화가 날 때 '참을 인(忍)' 자를 새기라는 말은 단순히 '참아라'는 뜻만이 아니라, 화라는 감정의 불길이 잠시 가라앉아 이성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의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주변에 화가 많은 사람이 있거나, 혹은 자신이 화를 자주 내고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독후감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