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대한민국 여군입니다"를 읽으며
- 작가 : 박미영
- 쪽수 : 208쪽
- 가격 : 16,000원
- 출판사 : 행성B
- 출판일 : 2023년 2월 28일
- 독서일 : 2025년 6월 1일
필자가 느낀 점
저 또한 꽤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하고 있는 현직 군인입니다. 독후감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선 '여군'이라는 용어에는 특정 성별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차별적인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꽤 오랜 기간 남성으로만 구성되었던 군대라는 조직 속에서 여성이 포함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여군'이라는 용어는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군에서도 성별에 따라 여군과 남군으로 곧잘 구분하고 현직 군인들도 그렇게 부르고 있으며, 이 둘을 합친 직업적 개념으로 '군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이지, '군인'이라는 용어에 남성성이 있다거나 '여군'이 차별적인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함을 서두에 밝히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요즘 젠더 갈등이 심각하여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일까 저 또한 그 갈등이 두려울 뿐입니다.) 다수자인 남성 군인의 입장에서 소수자인 여성 군인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이 궁금해서 이 책의 독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책이 그렇듯 작가와 떨어뜨려 해석할 수 없는, 일정 수준의 결합도가 존재하는데, 이 책은 그 결합 정도가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관적인 평가에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으며, 단순하게 말하자면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현직 육군 장교로 복무 중인 작가님의 이야기가 작가님이 경험해 오신 군 생활을 토대로 담겨 있다는 의미입니다. 좋게 보면 대한민국 육군이라는 집단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여군 장교의 시선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은 일반화되지 않은 개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기에 책을 읽기 전 "여성 군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라는 저의 소박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별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나름대로 책을 접하기 전에 세운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집단에서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환경적인 측면(해당 성별에 대한 인프라)에서도 그렇고, 인식의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구설에 오르내리기 쉽고, 조금만 잘해도 티가 나지만 조금만 못해도 나락으로 가기 쉬운 그런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경험해 보았던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군인의 삶부터, 저는 경험할 수 없는 여성의 삶과 군인의 삶이라는 내적인 역할 갈등 과정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흔히 토론 주제로 번지게 되는 임신,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 문제와 유리 천장(책에 이 용어가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다수가 남성인 환경과 작가님이 군 생활을 시작했던 시기의 여성 인력은 더욱 희소했기에 차별 대우를 받는 장면 및 성 관련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이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이 군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이야기처럼 사람은 자신의 시야와 관점에서 상황을 해석하는 것은 쉬워하지만, 그 딱딱한 자신만의 시야 틀을 벗어나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것에는 약한 동물입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통과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다수자의 입장에 속하는 현직 남군으로서 여군이 가지는 불편함 혹은 일부 상황적인 이점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고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