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홍학의 자리"을 읽으며
- 작가 : 정해연
- 쪽수 : 336쪽
- 가격 : 14,00원
- 출판사 : 엘릭시르
- 출판일 : 2021년 7월 26일
- 독서일 : 2025년 6월 4일
필자가 느낀 점
"나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 다현의 시체를 호수에 던졌다. 그런데, 다현을 죽인 것은 과연 누구일까?"
이 문장은 역주행 작가님의 신작 소설, "홍학의 자리"의 강렬한 시작입니다. 이 책은 총 336페이지로 이루어진 장편소설로, 스릴러와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가 얽힌 주인공 준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주인공 준후는 시골의 한 고등학교에 교사로 부임하여 자신을 이해해 주는 듯한 제자 다현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관계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지만, 준후는 이 일탈과 같은 관계가 오래갈 수 없음을 직감합니다. 어느 날 야근을 하던 중, 친근하게 다가온 다현과 함께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교실에는 목을 맨 채 싸늘한 시신이 된 다현이 있었습니다. 신고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현의 몸에는 아직 그의 흔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준후는 자신이 자주 가던 호수에 다현의 시신을 던집니다. 그리고 되짚어봅니다. 그곳에서 다현을 죽인 것은 과연 누구일까?
이 책은 여자친구에게 추천받아 읽게 된 책입니다. 독서 모임을 하지는 않기에 타인에게 책을 추천받는 경우가 드문데,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듣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홍학의 자리'는 통속적인 스릴러의 구성을 따르기에 자칫 식상할 수 있지만, 주인공에게 얽힌 과거가 공개되면서 이야기는 깊이를 더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바로 주인공 준후와 주변 상황 및 인물들의 옳고 그름을 좇는 대립 관계였습니다. 준후는 일이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현의 시체를 유기하고 완벽 범죄를 꿈꾸지만, 그를 둘러싼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의 시점으로 사건을 둘러싼 주위사람들 간의 관계가 명확해지면서 독자들은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이름만으로도 관계를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이 간결한 점 또한, 오히려 독자가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가 없는 수준에서 소설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다현은 준후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 날, 준후에게 벽에붙은 홍학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은 홍학이 많은 나라로 준후와 같이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홍학사진은 다현이 준후에게 주는 사랑의 표현이자 자신과 준후의 관계를 꾸리는 이상향과도 같은 동물입니다. 소설제목인 '홍학의 자리'는 아마도 다현이 존재했던 그 집 공간 자체를 의미하면서도 다현이 준후와 꿈꾸었던 그 자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앞서 스포일러가 없는 수준에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본 도서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가장 마지막에 몰아치는데, 모든 실마리가 풀려 퍼즐조각이 완성될 때의 카타르시스가 강력한 도서입니다. 되도록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독자들은 아마 '아 맞다 그래서 그랬구나'를 속으로 되내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작가님 숨바꼭질 좀 하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