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도서산간] "지식의 반감기"을 읽으며

리덕토 2025. 6. 10. 17:30

 

  • 작가 : 새뮤얼 아브스만 / 이창희(역)
  • 쪽수 : 340쪽
  • 가격 : 16,000원
  • 출판사 : 책읽는 수요일
  • 출판일 : 2014년 9월 12일
  • 독서일 : 2025년 6월 5일

필자가 느낀 점

 

인간이 살아오면서 쌓아온 지식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전문 분야가 존재하고 현시대에는 인간의 발견과 기술의 발전으로 전무후무하게 많은 지식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특정한 과학이나 사회 분야가 아니라, 거시적으로 인류가 가진 지식의 총체에 관해 저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과학과 의학 분야는 진리의 탐구를 목적으로 하기에, 제가 가진 단편적인 지식들 또한 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적 발견의 본질이 '발견'과 '정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지식이 어떻게 낡아가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지식에 관한 지식'이라는 기준으로 구성된 탐구서이며, 새로운 지식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책의 구성이 매우 상세하며, 과학을 넘어 경제,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다루기에 특정 단일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새로운 사실의 발견: 이 장에서는 과학적 발견의 본질이 무엇이며,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옳다고 믿었던 발견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더해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미 존재하는 지식에 기반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발견 자체가 혁신적인 기반 기술이 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이 편에서는 지식의 전문적인 비용과 판단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2. 오래된 지식과 새로운 지식의 경계선: 이 장에서는 기존 지식과 새로운 지식이 어떻게 충돌을 통해 경쟁하는지를 설명합니다. 통계학에서 사용하는 추정 이론(귀무가설 대 대립가설)을 간략하게 설명하며 만들어지는 가정인데, 개인적으로 해결해 정의한 정반합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인문학이 충전되는 공학도가 되어가나봅니다(MBTI는 아직 INTP입니다)
  3. 모든 것은 무어의 법칙: 무어의 법칙은 컴퓨터의 집적회로 성능이 6개월에 걸쳐 2배씩 향상된다는 법칙입니다. 이 법칙이 나온 당시에는 컴퓨터의 발전이 지금에 비해서는 더디었지만, AI 시대가 되어 GPU, NPU가 나오는 지금에도 무어의 법칙은 통용된다는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4. 브론토사우르스는 어떻게 사라져갔나: 이 장에서는 지식의 확산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잘못된 지식의 확산이 불러일으키는 파급과 이를 되돌리기 위한 노력들을 설명하는데, 이 곳에서 브론토사우르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원래는 아파토사우르스라는 이름이 공식적이어야하는데, 입에 착착감기는 느낌으로(도서에서는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브론토사우르스로 남아있는 것을 설명하면서 잘못된 지식이 이지적으로 고착화되는 현상도 이야기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뭐 어때'라는 생각인데, 언어학적인 이야기이지만 한 개념을 잘못지칭하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면 그것이 곧 표준아닐까? 라는 생각입니다. 과학적인 본질을 부정하지 않는 이상, 브론토사우르스로 남아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5. 묻혀버린 지식들의 의미: 이 장에서는 과학에 어떻게 불확정성이 사용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이미 연구되었지만 기술적 한계와 환경적인 한계로 구현되지 못했던 지식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등을 예시로 들면서, 먼 미래에 아날로그 매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과거 지식의 재구성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6. 대전환의 질서, 지식은 언제 요동치는가?: 이 장에서는 과거의 지식이 현대에 들어와서 재해석되거나 불가능했던 것처럼 보이던 난제와 오해들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장입니다. 컴퓨터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NP 문제가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7. 에베레스트 산과 오류의 발견: 이 장에서는 인간 지식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오류를 인정합니다. 에베레스트가 처음부터 가장 높은 산이 아니라는 것처럼, 1M의 표준을 정하기 위해서 정밀한 측정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오류를 인정하는 과정입니다. 오늘날에는 여러 국가의 표준 연구 기관을 통해서 기술 발전과 관점의 다양화를 통해 정확한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8. 급변하는 지식에 대응하는 법: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으로, 빅데이터와 지식이 무의미의 법칙과 같이 폭증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개인으로서 가져야 할 지식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장 말미에 모든 지식을 다 알아야 한다는 강박이 꽤나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식 그 자체에 대한 도서를 읽은 것은 기억은 정확하다면 이변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과학의 발견이라는 거대한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책 구석부터 비교 의도로 사용되는 각 학문 분야의 발견의 여러 가지 예시로 처음으로 접해보기는 관점이 많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내가 이 지식에 무엇인가를 기여할 수 있을까 하면서 고민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열심히 살아간다면 무엇인가를 남길 수 있을 것이고, 책에서 말했듯이 오류가 수정되어 올바른 지식으로 정립되는 철학적 고찰을 쌩뚱맞게하면서 독후감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