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읽으며
- 작가 : 임세원
- 쪽수 : 292쪽
- 가격 : 16,800원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 출판일 : 2021년 11월 22일
- 독서일 : 2025년 6월 13일
필자가 느낀 점
저는 공직자로서 매년 자살 예방 관련 교육을 듣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살은 그 특성상 주변 사람들에게 동조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예방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교육을 받는데, 그 교육의 이름이 바로 '보고듣고말하기'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저자 소개란을 보았는데, '보고듣고말하기' 캠페인의 창시자가 바로 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업무상 접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의 창시자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고, 책의 내용이 제가 직장에서 들었던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아쉽게도 저의 예상은 틀렸습니다. 도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우울증 상담을 업으로 삼고 계신 20년 차 정신과 의사가 직접 우울증과 원인 모를 통증병을 겪으며 쓴, 우울증과 우울감에 대한 고찰이자 현재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서입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이 독립적이라 순서에 상관없이 읽는 것이 가능합니다. 단, 각 장 내부에서는 내용이 이어지므로 장 안에서 순서를 바꾸어 읽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우선 1장은 저자가 직접 겪은 병과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초반에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라는 환자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던(전공 분야에 대해 모른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마음이 상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훗날 자신이 우울증 환자가 되어 환자들의 말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가족들이 마련해준 생일상을 까탈스럽게 물리치고, 밤에 거울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대목에서는 저도 같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2, 3, 4장은 우울증 전문의로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알아야 할 심리 상태를 설명하는 장입니다. 제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계속된 희망의 좌절이 오히려 더 큰 절망을 불러온다는 '스톡데일 패러독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낙관적으로 살아온 저에게도 '번아웃을 조심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환자들이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낼 때, 하루는 천천히 흐르지만 지나고 보면 전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 팽창 현상'이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저도 2주간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제 상황과 정확히 겹쳐 보였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하루하루는 길게 느껴졌지만, 지나고 나니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없어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시간을 가장 알차게 쓰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살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정말 죽고 싶은 걸까?'라는 물음이 책 곳곳에서 독자에게 제기됩니다. 이 물음에 책은 심리 실험의 결과를 통해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들은 삶의 벼랑 끝에서 깊은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를 품고 있는 역설적인 심리를 겪는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제 주위의 누군가가 자살 혹은 자살 암시를 한다면 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가정해 보았습니다.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그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은 다르겠지만, 책의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 본 결과 지금의 저로서는 그들의 사고방식과 심리를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 상황에 직접 처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섣부른 조언이나 비밀 엄수보다는, 저자와 같은 전문가에게 빠르게 연결해주는 것이야말로 주변 사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며 독후감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