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웹 3.0 사용설명서" 읽으며
- 작가 : 백훈종
- 쪽수 : 292쪽
- 가격 : 18,000원
- 출판사 : 여의도책방
- 출판일 : 2022년 7월 22일
- 독서일 : 2025년 6월 15일
필자가 느낀 점
웹 3.0이란 기존의 플랫폼 세상에서 탈피하여, 웹에 참여하는 개인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가지게 되는 새로운 물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개념이 등장한 지는 꽤 되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미온적이고 교묘하게 웹 4.0(공생 웹, Symbiotic Web)으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술적인 소양도 쌓을 겸 공부 삼아 웹 3.0에 대한 책을 빌려보았습니다.
책의 부제는 '당신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경제'로, 이는 이 책이 웹 3.0의 핵심 개념인 '탈중앙화'를 이야기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동시에 마지막 단어가 '경제'로 끝나는 것에서 웹 3.0의 대표 기술인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도 다룰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백훈종 작가님은 실제로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를 대상으로 크립토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의 COO(최고운영책임자)여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기대하며 책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총 4부 17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느 기술 설명서가 그렇듯 역사적인 관점에서 시작해 핵심 기술, 응용 서비스, 미래 전망과 동향에 이르기까지, 웹 3.0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던 저의 지적 호기심을 잘 채워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념으로만 알고 있던 라이트닝 네트워크, 이더리움 가스 등 블록체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기술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사례 중심으로 잘 설명된 책이어서, 웹 3.0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체감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마지막 장인 '웹 3.0에서 돈 버는 방법'입니다. '~경제'라는 부제에 걸맞게, 책은 독자들의 관심사를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웹 3.0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의 대명사, 비트코인은 사실 일반인에게 투자 자산으로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책은 전체적으로 웹 3.0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 효과와 변화를 중심으로 서술하며, 마지막 장에서는 직접적으로 웹 3.0 생태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책에서 제시한 비트코인 채굴 호스팅(MaaS, Mining as a Service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암호화폐 담보대출, DAO를 통한 수입 창출 등은 기술적으로만 알던 개념이었는데, 이를 통해 실제 수익이 생긴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웹 2.0이 높은 신뢰도를 가진 중앙 기관에 의존해 생태계를 확장한 것과 달리, 웹 3.0은 참여자 모두가 동등한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인터넷 생태계에 참여하게 됩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지만, 이는 역설적인 질문을 낳습니다. 만약 지금 우리가 블록체인이라고 여기는 기술이 그것을 관리하는 특정 주체의 행위에 의해 타인의 자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웹 3.0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제도적 미비함이 공존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수억 원대 사기 사건이 된 앵커 프로토콜의 테라(루나) 사태나, 제정된 지 얼마 안 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이 그 반증일 것입니다. 엔지니어의 관점에서는 완벽한 탈중앙화가 어떤 모습일지 사실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이익(stake)을 포기하고 탈중앙화 시장을 위해 기여하는 메시아적인 인물, 즉 거대한 의지를 가진 누군가나 집단이 나타나야만 완벽한 공평함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독후감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