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도서산간] "손가락 살인"을 읽으며

리덕토 2025. 7. 10. 17:30

  • 작가 : 톰 레빈 / 김배경(역)
  • 쪽수 : 260쪽
  • 가격 : 12,000원
  • 출판사 : 르네상스
  • 출판일 : 2016년 11월 17일
  • 독서일 : 2025년 7월 7일

 

필자가 느낀 점

SNS가 활성화되는 등 인터넷 시대가 시작된 지도 30년이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 또한 이를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 인사동에 갔을 때, 10살 남짓 되어 보이는 한 아이가 손에 액션캠을 쥐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저 아이도 자신만의 유튜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터넷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무궁무진한 자유도를 가지고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그 이면의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인터넷으로 인해 발생하는 역기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흔히 디지털 범죄라고 불리는 것들은 인터넷의 익명성과 높은 자유도를 기반으로 하는데, 대표적으로 혐오 표현, 성범죄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정신적, 정서적으로 연약한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범죄에 노출된다면, 성장하는 내내 고통을 겪고 그 영향으로 범죄에 물드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익명이라는 특성 때문에, 온라인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며 정보를 올바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과거 우리가 '슬기로운 생활'이라는 교과서로 생활의 지혜를 배웠던 것처럼, 오늘날의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도서  [손가락 살인]은 표지에서부터 그 내용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합니다. 휴대폰에 패턴을 그리는 손가락과 그로 인해 생긴 액정의 균열은, 이 책이 휴대전화를 매개로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하게 했습니다.

 

제 예상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청소년 소설이라 그런지 이 책은 SNS의 역기능 자체를 중심 주제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주인공 빅토리아는 소꿉친구인 케빈에게 SNS로 악의적인 말을 남기고, 그로 인해 케빈은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재판을 받고 집에서 근신하던 빅토리아에게 '앤디'라는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고, 그는 곧 자살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전합니다. 자신의 실수로 친구를 잃은 빅토리아는 어떻게든 앤디를 살리고자 필사적으로 통화를 이어갑니다. 독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빅토리아의 시선으로 케빈이 간직했던 비밀과 '앤디'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좋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도서를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의 구조(발단-전개-절정-결말)를 갖추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결말로 나아가면서 SNS의 무서움과 함께, 아동 심리의 관점에서 주인공 빅토리아가 겪는 심경 변화를 깊이 있게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결론적으로는 뭐, 디지털 네이티브인 알파 세대에게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장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