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도서산간] "므레모사"를 읽으며

  • 도서 분류 : 장편소설
  • 작가 : 김초엽
  • 쪽수 : 312쪽
  • 가격 : 14,000원
  • 출판사 : 현대문학
  • 출판일 : 2021년 12월 25일
  • 독서일 : 2023년 10월 10일

 

필자가 느낀 점

므레모사는 다리를 잃고 금속으로 된 분리형 의족을 차고 있는 유연이 대형 화재사고가 있었던 이르슐이라는 가상의 국가(집단인가는 모르겠다) 속 므레모사라는 마을로 찾아가는 여행기이다. 계속해서 관광문을 닫고 있던 폐쇄적인 마을인 므레모사에서 재해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이 마을에서 유연은 같이 여행을 오게 된 의문의 남자인 '레오'와 마을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무용수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표지를 보았다. 평온한 꽃밭에 나무로 된 사람이 망치를 들고 있고 총을 겨누고 있는, 뒤로는 공동묘지처럼 보이는 묘비들이 보이고 소닉처럼 생긴 여행자(이 여행자는 가이드를 의미하는 것일까? 지팡이를 소설에서 사용하는 것은 들개를 쫓아낼 때의 가이드밖에 없었다)가 지팡이를 들고 서있다.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도서이다. 암시에 걸려서 좀비처럼 명령만 듣고 함정으로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유인하고 자신이 함정을 만들게 되는 귀환자들의 이야기, 마지막의 자발적인 결정으로 암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뜻 보면 죽어있는 마을임이 분명한 므레모사의 주민으로 살아가는 유연까지.

 

소설의 내용을 떠나서 필자는 본 도서를 통해 '익숙해짐의 위험'을 떠올렸다. 2박 3일로 진행되는 관광코스에서 여행자들은 처음에 므레모사의 마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나 , 지속적인 암시를 통해 그 마을의 주민과 같이 변한다. 유연과 레오가 암시(커맨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감각을 둔화시키는 레오의 약 덕분인데, 어쩌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도 기업과 조직의 톱니바퀴로 익숙해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나와 같은 조직에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권유도 하고, 그 태엽바퀴 속에 살게 되는, 그 대상이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소설 속에서는 감각을 둔화시키는 약을 사용했다. 조금 생각해 보면 이 약은 자신의 객관화를 도와주는 수단으로 해석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시와 익숙함에 빠져들지 않고, 나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그런 조치. 현실세계에서는 끊임없는 명상과 자기 수련이 해당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 자신을 생각한다. 조직과 기업문화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도록 깨어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