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산간

[도서산간] "고고의 구멍"을 읽으며

  • 도서 분류 : 장편 소설
  • 작가 : 현호정
  • 쪽수 : 204쪽
  • 가격 : 15,000원
  • 출판사 : 허블
  • 출판일 : 2023년 3월 22일
  • 독서일 : 2024년 1월 1일

 

필자가 느낀 점

도서 제목의 울림이 마음에 들어서 도서를 집어 들었다. 필자는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어째서 저런 그림이 그려진 걸까?' 또는 '어쩌다가 저런 제목이 선정된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다. (어쩌다 가라는 말은 뭔가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본 도서 고고의 구멍은 제목과 동일하게 표지에 큰 우주와 같은 구멍이 그려지고 그곳을 바라보는 눈밭 위에 한 소녀의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구멍 뒤쪽으로는 초록색깔 높이, 그 뒤에는 늪이, 그 뒤에는 높이 솥은 협곡이 도서 표지를 장식한다. 협곡과 협곡사이에서는 새가 한 마리 날아다니고 있다. 도서를 다 읽 고 나서 바라본 도서 표지는 정말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잘 만든 표지인 거 같다.
 고고가 살고 있는 세상은 3개의 동심원 구역으로 구분되어있다. 가장 외곽의 협곡지대와 중간지대인 늪지역, 고고가 태어난 가장 최심부의 마을지역까지, 마을지역에는 예로부터 쌍둥이만 출생되나 그곳에서 홀로 태어난 고고와 동시에 홀로 태어난 노노를 마을사람들이 쌍둥이처럼 엮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쌍둥이였던 노노가 어느 날 마음에 강한 충격을 받아 새로 변신해서 사라 지고 쌍둥이를 잃은 고고는 마을에서 나가게 된다. 그 외곽인 늪지역에서 살아가던 고고는 물가를 바라보던 어느 날 마음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협곡에 구멍을 메우는 일을 하는 협곡 인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작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점점 자신이 잃어버린 (구멍)이 무엇인지를 찾아간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부분은 고고와 노노의 충돌이다. 오랫동안 굶주림에 허덕인 마을주민 들은 결국 자신들이 신성시 하는 새를 섭취하는 결말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서 라 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는 마을주민들의 의견에 동의한 '고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는 먹을 수 없다'라는 의견인 노노가 음식 배식줄에서 손을 놓고 떨어지는 장면이 눈에 그려질 정도로 실감 나 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도서 내 '새'라는 상징물을 '전통'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정말 '고기'로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여러 해석을 해볼 수 있을 거 같다. 육식을 한다는 관점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주변에도 이런 일들은 존재한다.

 분명, 인간을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유기체로 바라보면 합리적이진 않지만, 지성을 가지고, 마음을 가 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분명 가치를 가진 인간이 살아가는 다른 생명을 흡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판단을 고민하게 한다. 오직 '새'만을 섭취하지 않고 다른 생명은 섭취하기 때문에 (애벌레를 먹 거나 그런 장면이 나온다.) 적절한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비건(Vegan) '문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아무쪼록 고고의 구멍은 새로 변한 노노를 다시 만나서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낸 고고의 모습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고고의 구멍은 사라졌을까? 글쎄 그건 열린 결말이다. 우물 안 개구리와 같 던 마을사람들이 좀 더 넓은 시야에서 그들의 잘못을 깨닫고 고고와 마주한 순간 채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