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서 분류 : 한국 에세이
- 작가 : 양순자
- 쪽수 : 240쪽
- 가격 : 13,000원
- 출판사 : 시루
- 출판일 : 2012년 7월 6월
- 독서일 : 2025년 3월 11일
필자가 느낀 점
"죽어가는 노인은 불타는 도서관이다."
필자는 이 문장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 농경과 산업사회에서는 통용되었을 수도 있다. 허나 정보화 사회인 21세기, 전자책이 도서책을 앞서는 지금 이 시기에 매력적인 도서관이 아니면 방문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단순하게 나이만 먹은 늙은 사람이 아니라 그간 내면과 마음을 돌보고 단단하게 다져온 그런 세월을 보낸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어른'이라고 감히 칭한다. 본 도서의 저자 양순자 선생님은 책만으로 접한 짧은 인연인 나에게도 알 수 있듯 진정한 '어른'이시다. 도서를 읽으며 '어쩜 이리 마음이 강하고 초연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70이라는 나이를 넘긴 상태에서 암이라는 큰 짐승에게 물렸을 뿐더러, 모두가 기피하는 장소인 교도소의 사람들, 그것도 외부에서 삶의 희망이라는 요소를 찾기 어려운 사형수들을 오랜 기간 면담해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였으면 진작 멘탈이 터졌을 그런 삶을 살아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에 구운 그릇처럼 아름답고 겸허한 내면을 책을 통해 보여주셨다. 진정한 어른임을 본인도 알아서 그러시는 건가 아니면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나이대를 예측하셔서 일까(30~40대 친구분들이 많다고 하셨다.) 도서는 일관되게 반말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더욱 어른의 말을 공손하게 듣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도서의 부제목은 "30년간 사형수들을 보내며 얻은 삶의 가치들"이며 나는 얕은 생각으로 '아 사형수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허나 30년이라는 사형수 종교 상담사의 경력을 아득히 넘은 선생님의 삶의 과정에서 나이만 먹지 않는 진정한 깨달음을 얻어가는 어른의 과정에 느끼신 인문학적 경험을 담담하게 인생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도서이다. 선생님께서는 도서 중반부 '사형수들, 그들의 이야기로 강연을 하거나 도서를 작성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하신다. 죽음의 문에 가장 가까이 있는 그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알기에 보이지 않지만, 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배려해주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정의와 맞아떨어진다.
"누군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선을 행하는 사람."
죽음이라는 주제를 떼어놓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도서이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도 나 자신의 상황이라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참 많이 했다.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노래방에서 곧잘 부르던 빈지노의 'If I Die Tomorrow'의 수도 없이 많이 되뇌었던 가사인데, 정말 내가 사형수였고 집행장에 끌려가는 상황이라면 나는 평온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갑자기 모든 욕망이 덧없어지는 체험을 했다. 아마 한때 유행했던 죽음 체험(관 속에 들어가고 유서 쓰고 etc)가 이런 초월적인 경험을 현실감 있게 제공하기에, 그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대한 감사와 사랑을 품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그런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서를 다 읽고 초판 연도를 확인해보니 2012년이다. 양순자 선생님이 작성한 진정한 어른에 관한 인문학을 읽은 나는 지금 2025년을 살아가고 있고 문득 이런 사회의 진정한 어른이 아직 우리를 지켜주고 계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 뒤에 자신을 진단해주신 의사 두 분에 대한 편지가 적혀있고 도서의 장을 구분하는 간절에 '휴식'이라는 짧은 칼럼을 통해 본인의 미리 적은 유서를 읽고 온 나는 확신할 수 있다. 행복하고 평화롭게 본인과 그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계시다는 것 혹은 그러셨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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