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분류 : 언론학
  • 작가 : 황상민
  • 쪽수 : 276쪽
  • 가격 : 13,000원
  • 출판사 : 문화산책
  • 출판일 : 2012년 3월 16월
  • 독서일 : 2025년 4월 15일

 

필자가 느낀 점

 

황상민 작가의 "독립연습" 책 소개 첫 페이지에는 "민간인의 언어를 구사하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박사"라는 인상적인 문구가 쓰여 있었다. 와우, 이렇게 특이한 키워드를 가진 작가님의 책이라니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본 도서는 작가님께서 상담했던 여러 내담자들의 사례, 특히 20~30대 청년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꿰뚫어보는 책이다. 때로는 담담하게, 또 어떤 사례에서는 따끔하게 조언을 건네면서 박사님 본인의 생각을 한 줌 얹어두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책 너머의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지는 따끔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도서 자체가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구절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결혼한 한 여성이 동생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내담자에게 작가님은 '엄지와 검지를 맞대어 동그라미를 양손으로 겹쳐 만들었을 때, 손을 놓지 않고서는 그 고리는 풀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관계와 집착에 대한 정설과도 같은 이 말이 왜 그리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다. 어쩌면 나는 나의 심리를 속이고 남 탓만 하는 사람은 아닐까? 인간은 원래 연약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연약함이 남들에게 추하게 보일 정도로 드러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작가님을 만나온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마음먹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도서 분류 : 언론학
  • 작가 : 그라시안 이 모랄레스 
  • 쪽수 : 199쪽
  • 가격 : 9,000원
  • 출판사 : 문화산책
  • 출판일 : 2004년 4월 15월
  • 독서일 : 2025년 4월 14일

 

필자가 느낀 점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약 6주라는 긴 시간인데, 오늘이 이동한 첫날이다. 낯선 지역으로 이동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성격은 여전해서 독서를 시작했다. 새로운 곳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또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이 도서를 첫 번째로 선택했다. 책은 출간된 지 오래된 디자인의 표지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Legacy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부푼 기대를 안고 책을 읽어 보았다.

 

짧은 구성과 10장으로 이루어진 삶에 대한 처세술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몇 가지 인상 깊은 내용은 개인 노트에 기록해 두었다.​

  • 하루 1분 배운 것 복습하기: 책에서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침에 1분 동안 그 지식을 사색하고 지혜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라고 조언한다. 요즈음 머릿속에 넣어야 할 지식이 많은 시기이기에 나에게 시의적절한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 자신의 실수를 정복하라: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러나 그 실수를 직면하고 개선하는 사람은 드물다. 책에서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 예술가는 수백 번 자기 자신을 감동시키고 대중을 감동시킨다: 남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자기 자신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했다. 또는 나 자신에게 떳떳해야 남들에게 또한 떳떳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당위의 의미로도 받아들여졌다.
  • 상처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만큼 커다란 복수는 없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다.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정복했다는 것에서 큰 쾌감을 느낀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들을 괴롭히는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복수는 바로 그들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서의 내부 디자인은 조금 아쉬웠다. 아무래도 오래된 책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애초에 그렇게 디자인된 것인지 밝은 하늘색으로 강조 글씨가 쓰여 있었는데, 눈에 잘 띄는 강조는 아니었다.

 

 

 
  • 도서 분류 : 언론학
  • 작가 : 조경익
  • 쪽수 : 224쪽
  • 가격 : 16,000원
  • 출판사 : 한울
  • 출판일 : 2011년 9월 9월
  • 독서일 : 2025년 3월 31일

 

필자가 느낀 점

 

처음에는 이 도서를 읽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정보보안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언론과 홍보, 서울시 대변인과의 관계는 많이 멀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책의 출판 연도인 2011이 지금으로부터 벌써 14년이 지나는 사실상 Fresh 함은 없는 도서라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물론 도서는 나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서울시 기자실의 일상, 언어, 사람들과 그들의 삶으로 가득한 도서였기에 한 편의 직업 인터뷰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도서를 읽은 거 같다.

 

언론의 힘은 도서 말미 인터뷰에 어떤 기자님께서 말씀하셨듯, 우리나라 3대 권력 기관 입법/사법/행정을 넘어 "언론"이라는 4대 권력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라는 특성에 힘입어 그들의 목소리와 저울이 사회 이런저런 영역의 평판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언론사들의 트릭이나 테크닉을 보고 싶었으나, 본 도서에는 그 내용보다는 기자님들의 행동 특성과 활동 양상이 많이 담겨 있다. 도서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참고 사항이다.

 

문득 사회/환경/정치/경제 모두 혼란스러운 지금과 같은 시대에 서울시 대변인과 기자들은 얼마나 바쁠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기자라면 밝은 뉴스를 접하고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 되고 싶을 것 같은데, 요즘과 같은 세상은 흉흉한 이야기밖에 없기에 한편으로는 직업적인 번아웃(속칭 현타)가 오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언론을 접하며 항상 중립적인 태세를 유지하고 싶지만 말처럼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애초에 중립적이라는 것이 모호할뿐더러 세상에 완벽한 중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런 도서를 읽어가며 중립적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에 박수와 위안을 가지려 한다.

 

  • 도서 분류 : 한국 에세이
  • 작가 : 썸머
  • 쪽수 : 224쪽
  • 가격 : 15,000원
  • 출판사 : 북드림
  • 출판일 : 2021년 4월 27월
  • 독서일 : 2025년 3월 25일

 

필자가 느낀 점

 

* 읽기 전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썸머의 사이다 힐링이라는 채널은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본 적이 있다. 무슨 영상이었나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흔히 말하는 에너지 뱀파이어, 가스라이팅 하는 이들에 관한 영상으로 기억한다(어째서인지 최근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것 같다. 알고리즘인가?). 아무튼 도서관을 거닐다가 심리와 관련된 에세이류에서 이 도서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를 발견했고 부제목인 "돌봄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사이다 힐링"이 마음에 들어서 도서를 집어들었다. "돌봄 중독"이라... 참 신기한 용어인 거 같다. 중독의 요건을 만족하는 대상들은 술, 담배, 도박과 같이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며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돌봄"에 "중독"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예측해보기로는 아마겠지만 자기 자신을 깎아가며 남들을 돌보는,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책을 관통하지 않을까 조심스런 생각을 해본다.


* 읽은 후

일단 예상은 맞긴 했다. 남들을 도와줌으로써 본인의 가치와 존재의의를 스스로 부여하는 "공의존자(Co-Dependent)"들에게 권하는 도서이며 그들에게 빌붙어 있는 에너지 뱀파이어인 나르시스트들의 행동양식과 패턴을 분석해 공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지침서이자 그들을 담담하게 위로하는 에세이다. 책을 읽어가며 두 가지 자기반성을 했다. 

- 1. 나는 공의존 성향이 있는가? 
- 2. 나는 누군가에게 나르시스트이지 않았나? 

이 두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자문자답하고 책과 대화하면서 독서한 거 같다.

우선 "나는 공의존 성향이 있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았다. 도서에서 정의하는 공의존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에게 헌신하는 공의존 관계에 빠진 사람이다. 내 주변 관계를 가족/직장/애인으로 구분해서 각각에 대한 고찰을 결과 일부는 공의존 성향을 띄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천성적으로 누구를 도와주는 걸 좋아한다. 그들의 나의 도움을 받고 수준이 향상이 되거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나의 경우에서는 가족과 직장에서 이루어가는 업적과 경력이 많아질수록 남들이 원하지 않았는데, 내가 먼저 도와주는 그런 행동을 할 때가 많다. 가령 예시를 들면 후배들은 원하지 않지만 내가 후배들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싶어서 매일매일 ICT 관련 시사상식을 한 개씩 발송한다. 뭐랄까... 내가 이것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죄책감이 유발이 되지는 않고, 받고 있는 후배들도 나에게 이것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냥 내가 하고 있는 행위인 것이다. 그들은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을 생각이 없지만 내가 되려 에너지를 쓰고 있는 그런 이상한 결과로 도출이 된다. 이런 천성적인 착한아이 성향을 그나마 애인이 억눌러주고 있는 상황인데, 내가 살아왔던 어린 시절부터 되돌아보면 누군가는 나의 이런 성격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도 말이다.)

두 번째 질문으로 "나는 누군가에게 나르시스트이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대한 생각으로, 정답부터 간결하게 이야기하면 '일부분 맞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에너지를 요구하고 누군가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남들에게 선이 넘는 지시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조금의 거만함이 묻어나는 경우도 있기에 항상 후회를 했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도서에서 정의하는 나르시스트라는 개념이 나에게 조금은 해당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누구나에게 해당이 되겠지만 나 또한 일종의 공의존 성향과 나르시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접근을 하니 도서의 주된 내용인 공의존의 분석 -> 나르시스트의 탐색 -> 그들과의 관계 절단 -> 사과와 개선 단계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직은 찾지 못했지만 나 또한 공의존인 사람이나 나르시스트인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대비로 도서의 가르침을 잘 생각하고 유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S. 작가님 유튜브 구독과 좋아요 눌러야겠다.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도서 분류 : 대화법
  • 작가 : 레일 라운즈/정지현(역)
  • 쪽수 : 240쪽
  • 가격 : 19,000원
  • 출판사 : 현대지성
  • 출판일 : 2024년 5월 24월
  • 독서일 : 2025년 3월 13일

 

필자가 느낀 점

 

 

* 읽기 전


인간은 사회화된 동물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인터랙션 없이는 인간은 그 잠재성을 충분히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인터랙션에서 가장 즉각적이고 다채로운 것 중 하나가 "대화"라고 생각한다. 말로써 무엇인가를 전달하면 그 말에 담겨있는 정보는 비, 반언어적 표현보다 담겨있는 것이 적다는 메라비언의 법칙처럼 대화로써 의도를 주고받는 것은 고도의 심리전에 속한다. 허나 요즘 세상은 대화를 올바르게 하는 것이 참 어려운 세상인 거 같다. 인터넷의 발달과 SNS의 폭증, 숏폼 등의 등장으로 즉각적인 대화를 거부하는 전화 공포증(Call Phobia)까지 생기는 세대이니 말이다. "답답하니까 빠르게 말로 풀자"와 "말로 하면 심사숙고한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라는 세대의 가교에 있는 나로서는 올바르게 대화하는 방법과 대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궁금하기 나름이다. 

 

본 도서 "아주 작은 대화의 기술"을 독서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도 앞에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의 부제목인 "힘들이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80가지 인간관계의 기술"을 보고 반드시 무엇인가를 배워가겠다는 생각으로 노트랑 펜 준비하면서 책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 읽은 후


우선 준비했던 노트랑 펜을 쓸 일은 없었다. 책에 있는 내용이 싫어서가 아니라 책의 템포가 빠르고 사례를 통한 흡입력 있는 서술방식이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1회독에서 필기를 한 것이 아니라 2회차 독서에서 비로소 책에서 나의 대화에 사용할 기술들을 적게 되었다. 도서를 구분하는 5개의 장이 존재하긴 하지만 따로따로 떼어서 읽어도, 어떤 순서로 읽어도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 나쁘게 보면 유기적으로 연결이 없는 것이지만 부제목부터가 80개의 테크닉이었으니 상관없다고 본다. 테크닉 1을 테크닉 80보다 나중에 읽어도 큰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있는 80개의 내용은 조금 함축해보자면 "대화하는 참여자, 나 자신, 대화하는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공략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의 관심사와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를 이용해서 대화의 맥락을 정확히 관통하는 한마디를 던지거나 상대에게서 유도해 내는 것이 본 도서를 이루고 있는 Golden Rule이다. 몇몇 Tip은 정말 전략적이어서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트에 적어둔 게 있는데 아무튼 대화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자존감이 키워진 것도 좋은 독서 후기라고 생각한다.

 

  • 도서 분류 : 한국 에세이
  • 작가 : 양순자
  • 쪽수 : 240쪽
  • 가격 : 13,000원
  • 출판사 : 시루
  • 출판일 : 2012년 7월 6월
  • 독서일 : 2025년 3월 11일

 

필자가 느낀 점

 

"죽어가는 노인은 불타는 도서관이다."

 

필자는 이 문장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 농경과 산업사회에서는 통용되었을 수도 있다. 허나 정보화 사회인 21세기, 전자책이 도서책을 앞서는 지금 이 시기에 매력적인 도서관이 아니면 방문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단순하게 나이만 먹은 늙은 사람이 아니라 그간 내면과 마음을 돌보고 단단하게 다져온 그런 세월을 보낸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어른'이라고 감히 칭한다. 본 도서의 저자 양순자 선생님은 책만으로 접한 짧은 인연인 나에게도 알 수 있듯 진정한 '어른'이시다. 도서를 읽으며 '어쩜 이리 마음이 강하고 초연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70이라는 나이를 넘긴 상태에서 암이라는 큰 짐승에게 물렸을 뿐더러, 모두가 기피하는 장소인 교도소의 사람들, 그것도 외부에서 삶의 희망이라는 요소를 찾기 어려운 사형수들을 오랜 기간 면담해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였으면 진작 멘탈이 터졌을 그런 삶을 살아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불에 구운 그릇처럼 아름답고 겸허한 내면을 책을 통해 보여주셨다. 진정한 어른임을 본인도 알아서 그러시는 건가 아니면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나이대를 예측하셔서 일까(30~40대 친구분들이 많다고 하셨다.) 도서는 일관되게 반말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더욱 어른의 말을 공손하게 듣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도서의 부제목은 "30년간 사형수들을 보내며 얻은 삶의 가치들"이며 나는 얕은 생각으로 '아 사형수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허나 30년이라는 사형수 종교 상담사의 경력을 아득히 넘은 선생님의 삶의 과정에서 나이만 먹지 않는 진정한 깨달음을 얻어가는 어른의 과정에 느끼신 인문학적 경험을 담담하게 인생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도서이다. 선생님께서는 도서 중반부 '사형수들, 그들의 이야기로 강연을 하거나 도서를 작성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하신다. 죽음의 문에 가장 가까이 있는 그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알기에 보이지 않지만, 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배려해주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정의와 맞아떨어진다. 

 

"누군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선을 행하는 사람."


죽음이라는 주제를 떼어놓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도서이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도 나 자신의 상황이라면 어떨까라는 가정을 참 많이 했다.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노래방에서 곧잘 부르던 빈지노의 'If I Die Tomorrow'의 수도 없이 많이 되뇌었던 가사인데, 정말 내가 사형수였고 집행장에 끌려가는 상황이라면 나는 평온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갑자기 모든 욕망이 덧없어지는 체험을 했다. 아마 한때 유행했던 죽음 체험(관 속에 들어가고 유서 쓰고 etc)가 이런 초월적인 경험을 현실감 있게 제공하기에, 그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대한 감사와 사랑을 품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그런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서를 다 읽고 초판 연도를 확인해보니 2012년이다. 양순자 선생님이 작성한 진정한 어른에 관한 인문학을 읽은 나는 지금 2025년을 살아가고 있고 문득 이런 사회의 진정한 어른이 아직 우리를 지켜주고 계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 뒤에 자신을 진단해주신 의사 두 분에 대한 편지가 적혀있고 도서의 장을 구분하는 간절에 '휴식'이라는 짧은 칼럼을 통해 본인의 미리 적은 유서를 읽고 온 나는 확신할 수 있다. 행복하고 평화롭게 본인과 그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계시다는 것 혹은 그러셨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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